인도와 파키스탄, 끝나지 않는 카슈미르 분쟁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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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오랜 갈등은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종교적 정체성, 역사적 원한, 국제 정치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카슈미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갈등은 핵무기 보유국 간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세계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비극적 시작, 분할 독립과 카슈미르의 운명

1947년, 영국령 인도는 힌두교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와 이슬람교 중심의 파키스탄으로 분할되며 독립했습니다. 이때부터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는 뿌리 깊은 적대감이 생겼고, 그 중심에는 카슈미르라는 땅이 있었습니다. 카슈미르는 무슬림 다수 지역이었지만, 힌두교도 마하라자가 통치하고 있었기에 어느 쪽에도 쉽게 귀속되지 못한 채 갈등의 뇌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왕은 중립을 원했으나, 파키스탄 측 민병대가 지역에 침투하면서 결국 인도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게 되었고, 인도군 개입으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유엔의 개입으로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카슈미르는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분할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갈등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카슈미르 주민들 다수는 인도나 파키스탄이 아닌 독립을 원했지만, 두 나라는 자국 정체성의 핵심으로 카슈미르를 바라보았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건국 이념 자체가 이슬람 공동체를 위한 나라였기에, 무슬림 다수 지역인 카슈미르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는 다민족·다종교 국가로서의 통합을 강조하며 카슈미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치권 박탈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2019년, 인도 모디 정부는 헌법 370조와 35A조를 폐지하면서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이 조항들은 카슈미르의 자치 정부가 외부인의 토지 구매나 기업 설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 지역 정체성을 보호하던 법적 장치였습니다. 폐지 이후에는 인도 본토인들이 카슈미르에 거주하거나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통합된 인도를 구축하고 지역 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카슈미르 주민들은 이를 문화적 침탈이자 식민주의적 조치로 인식했습니다. 카슈미르 내에서 티베트나 신장 위구르 지역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고, 이는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별 지위 철폐 이후 인도 정부는 테러 발생 건수가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동시에 군사 작전의 강도가 높아지며 인권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법 구금, 인터넷 차단, 언론 통제, 실명 유발 무기 사용 등 과도한 대응은 국제 인권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극단주의 세력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강대국의 대리전장, 카슈미르

카슈미르는 단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영토 분쟁이 아닙니다. 이 지역은 미중 패권 경쟁, 중동과 유럽과의 외교관계, 에너지 안보와 군사 산업의 교차점에 놓인 지정학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산 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서방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SIPRI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가 도입한 무기의 절반 이상이 서방국가산으로, 이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반면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도입한 무기의 80%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이 지역의 갈등이 미중 갈등의 연장선임을 잘 보여줍니다.

중국은 카슈미르 인근 지역에 대한 영유권도 주장하며, 인도와 악사이친 지역 등에서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이처럼 카슈미르는 단지 두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패권 구도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자원 분배와 수자원 갈등의 불씨

카슈미르 지역은 히말라야 빙하에서 발원한 인더스 강과 그 지류가 지나가는 곳으로, 수자원 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큽니다. 인더스 강은 파키스탄의 생명선으로, 대도시와 농업 지역 대부분이 강 유역에 위치해 있으며, 상류를 통제하는 인도의 조치에 따라 파키스탄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합니다.

1960년 체결된 인더스 수자원 조약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을 일정 부분 조정했지만, 인도는 최근 들어 강 상류 개발 계획을 추진하며 댐 건설과 수로 변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파키스탄 측의 심각한 반발을 초래하며, 양국 간 또 다른 긴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인구 증가, 농업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수자원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될 것입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물 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중재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정치적 이익이 갈등을 조장하다

양국 모두 국내 정치에서 외부 적을 활용해 국민 통합과 정권 유지에 이용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가 민족주의적 정책을 앞세우며 강경 대응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고, 파키스탄에서는 군부와 정보기관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강경 외교 노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여론 형성이 더욱 신속하고 감정적으로 진행되며,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대중은 과거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감정을 갖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조작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정 체제로 전환되었고, 파키스탄 역시 경제난과 정치 불안이 심화되며 외부 갈등을 통한 내부 결속 시도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맺는말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단순히 종교, 영토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 질서, 정치 전략, 자원 전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총체적 문제입니다. 카슈미르라는 한 지역을 둘러싼 이 긴장의 고리는 70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군사적 충돌 뿐 아니라 인권, 경제, 지역 안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갈등이 단순한 국지전이 아닌 글로벌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 지역 문제를 단기적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지속적 관심과 외교적 개입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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