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탄즈부터 포르도까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정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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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정책의 핵심 목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1950년대부터 형태를 달리하며 존재해왔으며, 당시 이란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왕정 체제 하에 있었고, 미국은 이란의 민간 핵 에너지 개발을 지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새로 들어선 이슬람 공화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파트너로 삼아 핵 기술 개발에 나섰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란은 공개적으로 핵무기 관련 연구를 진행했으나, 2003년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이란의 민간 핵 프로그램은 계속되었으며,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에 따라 제한되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일방적 탈퇴 이후 그 제한은 사실상 해제되었다. 이란은 자국의 핵 개발이 민간 에너지 발전용 원자로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과 서방 정부들은 오랫동안 테헤란이 결국 핵무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금요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들을 포함한 일련의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이 이러한 이스라엘의 작전에 동참할지 여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타격한 시설들과 그 파괴가 어려운 이유,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핵 관련 위험에 대해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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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일은 오랫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대한 외교 및 군사 목표였다. 195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을 통해 군사적 색채를 더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노골적으로 시도했지만, 2003년 이후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를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은 일정 부분 제한되었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합의 탈퇴 이후 상황은 다시 격화되었다. 이란은 자국의 핵 기술이 민간 에너지 목적임을 주장해왔지만, 서방 국가들과 분석가들은 오랫동안 이란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의심해왔다.

그리고 2025년 6월,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 역시 이 공습에 동참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스라엘이 공격한 주요 핵시설들에 대한 정보, 이 시설들이 파괴되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공습이 가져올 수 있는 핵 및 화학적 위험에 대해 정리해본다.

나탄즈 핵시설

이란의 주요 우라늄 농축 시설인 나탄즈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첫날 바로 공격 대상이 되었다. 이곳은 우라늄 가스를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며, 이는 민간 원자로뿐만 아니라 핵무기 제조에도 필수적인 핵연료다.

2002년에 처음 존재가 공개된 나탄즈는 2021년 기준으로 우라늄을 최대 60% 농도로 농축할 수 있다고 이란은 주장해왔다. 이는 핵무기 수준인 90%에 근접한 수치다. 지하 및 지상에 걸쳐 분포한 이 시설은 상대적으로 공습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나탄즈 시설 내부에 화학 및 방사능 오염이 감지되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하에 위치한 원심분리기 구역이 타격을 입었다고 확인했다.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는 이 구역의 장비들이 "심각하게 손상되었거나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BBC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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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nz Nuclear Facility

 

나탄즈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격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10년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바이러스 ‘스턱스넷’이 원심분리기를 파괴했고, 2020년과 2021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 주장했지만, 이스라엘은 관련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포르도 핵연료 농축시설

이란의 두 번째 우라늄 농축 시설인 포르도는 공식적으로는 20% 농도의 우라늄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2023년 3월 IAEA 사찰에서 최대 83.7%까지 농축된 우라늄 샘플이 발견되었다. 이는 무기급 농축도에 매우 근접한 수치다.

포르도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100마일 떨어진 곰(Qom) 인근의 산악지대 지하 수백 피트에 건설되었다. 이곳은 원래 미사일 기지였으며, 그 구조상 공습으로 파괴하기 매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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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 핵연로 농축시설

 

이스라엘은 나탄즈 공습 직후 포르도 인근에 공습을 감행했으나, 현재까지 IAEA는 이 시설에 물리적인 손상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도 포르도가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르도를 파괴하기 위해선 GBU-57 A/B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여러 발 투하해야 한다. 이 폭탄은 깊은 지하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은 해당 폭탄도,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이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이 공격에 참여하게 될 경우 가장 큰 목적지 중 하나가 포르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파한 핵기술센터

이스파한은 천연 우라늄을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UF6) 가스로 전환하는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이 가스는 나탄즈 및 포르도에서 원심분리기로 농축하기 위해 사용된다. 워싱턴 기반의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에 따르면 이스파한의 역할은 농축 공정의 출발점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은 6월 14일 이스파한을 타격했고, IAEA는 우라늄 전환시설을 포함한 4개 건물이 손상되었다고 밝혔다. 공격이 발생하기 전날, 이란은 IAEA의 비핵확산 조항 위반을 지적한 첫 공식 견책에 대응하여 세 번째 농축 시설 건설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는 중대한 조치였다.

테헤란 핵연구센터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핵 시설인 테헤란 핵연구센터는 1967년 미국이 팔레비 정권에 공급한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원심분리기 로터 제작 및 테스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

IAEA는 이스라엘이 6월 13일 해당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가해 일부 설비를 손상시켰다고 확인했다. 이는 이란 핵프로그램의 기초 인프라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었다.

카라지 TESA 워크숍

이스라엘은 또한 테헤란 북서쪽 약 30마일 거리에 위치한 카라지의 이란 원심분리기 기술 회사(Iran Centrifuge Technology Co.) 워크숍을 타격했다. 이곳은 원심분리기의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시설로, 국제 감시 대상 시설 중 하나였다.

IAEA는 이 공격이 6월 13일 이루어졌다고 밝혔으며, 해당 워크숍은 2021년에 이미 한 번 감시 카메라 중 하나가 파괴되어 그 영상이 사라진 전력이 있다. 이후 이란은 IAEA의 현장 접근을 거부했고, 이는 핵 프로그램의 불투명성을 키우는 주요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기타 핵시설 현황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는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와 아라크 중수로 시설도 포함된다. 부셰르는 페르시아만 인근 남부에 위치한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로, 실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아라크는 중수를 이용하는 방식의 원자로로, 중수는 일반적으로 원자로 냉각 및 중성자 감속제로 사용되며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두 시설에 대한 타격은 보고되지 않았다.

방사능 위험과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 낙진(nuclear fallout)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핵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원자로나 냉각 수조에서 사용후핵연료가 손상될 경우 체르노빌(1986)이나 후쿠시마(2011)와 같은 대형 방사능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번에 타격을 입은 대부분의 시설은 그러한 유형의 원자로는 아니다.

NTI의 닉 로스(Nickolas Roth)는 “이란에서 가장 걱정해야 할 시설은 가동 중인 원자로이며, 특히 부셰르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인 카타르 등은 방사능 낙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걸프 지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가장 큰 걱정은 핵물질이 의도치 않게 폭발하거나 흩어질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에 타격받은 농축시설이나 고농축 우라늄 저장소는 넓은 방사능 확산보다는, 그 내부 작업자에게 국지적인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라늄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대부분 알파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부 노출보다는 흡입이나 섭취 시 치명적이기 때문에, 방호장비 착용 시 인근 직원에 한정된 위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화학물질 유출 위험이다. 농축 우라늄 대부분은 헥사플루오라이드(UF6) 형태의 가스로 저장되며, 이 가스가 공기 중 습기와 접촉하면 치명적인 가스인 불화수소(HF)로 전환된다. 이는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강한 독성 가스다.

핵무기 전문가 에드윈 라이만(Edwin Lyman)은 “이 시설들이 ‘더티밤’이 될 것이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면서도 “화학적 위험성은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르도와 나탄즈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고, 가스는 수 킬로미터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위험의 정도는 폭발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폭발이 산을 붕괴시켜 방사성 물질을 내부에 가두는 형태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크레이터를 형성해 외부로 노출시키는 방식이라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에필로그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 안보 환경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이번 공격은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중추들을 대상으로 한 정밀 타격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여파는 단기적인 군사 충돌을 넘어, 국제사회의 외교적·경제적 반응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이 이 작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될 경우, 포르도와 같은 깊이 매설된 시설을 파괴할 유일한 능력을 지닌 국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 공습이 불러올 방사능 오염이나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은 인접 국가들과 국제기구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위험 자체보다,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가 수증기와 반응해 생성되는 불화수소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더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이번 공격은 핵시설이 '더티밤'으로 변할 수 있다는 공포보다는, 실제로 현장 근무자들과 근접 지역 내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 화학물질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기술적 진전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저지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중동의 안보 지형과 글로벌 외교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긴장 속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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